한아시아 55호 small | Page 119

과거부터 현재까지 천하무적 쇼트트랙 여자계주를 만든 키워드 ‘T.O.T’ Talent(재능) 계주는 단체전이다. 특출난 에이스 한 명이 있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안 위원은 “선수들의 기량이 모두 비슷해야 하는데 한 국은 과거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어느 선수가 어떤 종목에 나가도 자기 몫을 다할만큼 기량이 고르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쇼트트랙은 옛날부터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라면 누구나 다 제 몫을 해냈다. 전이경, 진선유, 심석희, 최민정 등 특출난 에이스들 이 존재해왔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선수들의 기량 또한 결코 이들에 뒤지지 않았다. Operation(작전) 계주는 치밀한 작전이 필요한 종목이다. 안 위원은 “나가노 때도 그랬다. 2바퀴를 남기고 내가 마지막 주자인 김윤미를 밀어주면서 막판 순 위 경쟁이 일어났다”며 “훈련 때 그 상황을 계속 머리 속에 그리면서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한국은 경기 중·후반까지 3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보는 이를 긴장시켰다. 원래는 최민정이 경기 중반 어느 시점에서 아 웃코스로 빠져 앞으로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김아랑이 6바퀴를 남겨놓고 아웃코스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플랜 B’를 가 동하며 심석희와 최민정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던 캐나다와 중국 선수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안 위원은 “공식 훈련 때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솔트레이크시티 때도 몰래 다른 장소에서 최종 리허설을 하곤 했다”며 “이번에도 따로 준비해왔다고 하길래 믿고 봤다”고 말 했다. Trust(믿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서로를 향한 ‘믿음’이다. 안 위원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그렇다. 심석희가 마지막에 앞으로 나가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3바퀴를 남겨놓고 박승희가 중국에 추월 당했을 때도 침착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10일 열린 예선에서 23바퀴를 남겨놓고 이유빈이 넘 어져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극복해내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안 위원은 “이유빈이 넘어지면서도 터치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확실하게 봤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가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아시아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