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시아 54호 small-1 | Page 132

연재칼럼 교무 안효길의 마음 공부방 (원불교 부산 명륜 교당 주임) ........................................................................................................................................................................... < 극락과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 저는 종종 저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가정에서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직장에서는 교무로, 친구들 사이에는 아 무개로 지금껏 의심하지 않고 그것이 참 나로 믿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남편, 아버지, 교 무를 빼버리면 과연 나는 누구인가? 이 육신이 없어지고 나면, 위의 이름도 나의 형상도 다 사라져 버리는 데, 나는 어디 있게 되는가? 그럼 남편, 아버지, 교무로 불리기 전 나는 누구란 말인가? 이러한 이름 뒤에 숨어 있는 그 무엇, 그 무엇은 육근의 작용을 다 보고 있을텐데, 왜 습관대로 행동하 여 악업을 짓고 있는 거짓 나를 내 버려 두는 것일까? 아니면 당신을 찾을 때까지 지켜 보며 기다리는 것일까? 저는 늘 禪을 통해 습관대로 움직이고 있는‘나’와 그것을 나누어 바라보는‘나’에게 관심을 두고 공들이고 있습니다. 참 쉽지않는 일입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을 길들여 왔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익숙한 습관에 메몰되어 놀고 있는 자신을 바라볼 때, 습관이 업력이 되어 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얼마전에 알고 지내는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 큰스님들이 동진출가(童眞出家) 발원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혼자 궁구하다가 정신에 철이 들어 습관의 틀에서 벗어 나려고 노력 을 하다 보니 그동안 무시습기(無始習氣)로 찌들은 업력을 벗겨 내는데 너무 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을 보며 이제 좀 공부할만하니 나이가 들어 습관 에 찌들어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너무 후회가 되어 다시 출가의 길을 갈 때 분별 망상이 조금이라도 적을 때 발원하여 공부하려는 큰스님들의 마음을 조금 이라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습관으로 보는 나’와 ‘습관에 벗어나 보는 나’를 구별할 수 있 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눈, 귀, 코, 입, 몸의 다섯가지 감각기관에 의지하여 살 아가고 있고 이 다섯가지 감각기관은 서로 맡은 바 각각 다른 역할 을 하고 있습니다. 눈은 물체를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냄 새를 맡고, 혀는 맛을 보고, 몸은 촉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 니다. 132 한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