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99

팁 (Tip) 이야기 미국 이주를 위해 한국을 떠난 후 첫 기착지인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있었던 일이다. 만 삼십여 년 전의 일이다. 최종 목적지인 테네시 주의 내쉬빌까지 가는데 걸리는 총 비행시간은 중간 중간의 기착지에서 머무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거의 만 하루가 걸린 셈이다. 그 당시에는 미주 행 직행노선이 없었다. 김포에서 하네다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내쉬빌까지 가는 데에는 네 개의 공항을 거치며 세대의 각각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야만 했다. 하네다를 떠난 지 두세 시간쯤 지나서였을까. 첫 번째 기착지인 하네다 공항에서부터 시작된 큰 아이 완이의 기침소리가 더더욱 거칠어졌다. 얼굴은 빨개지고 숨소리는 거칠다 못해 그르렁거리고 가끔은 쇳소리 같이 들리기도 했다. 생후 18 개월짜리 인 완이의 편도선염이 재발된 것이다. 밤 비행기였는데 기온과 기압의 차이로 인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내에 의무실이라도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우선 우리와 함께 타고 온 K 항공의 승무원들이나 공항내의 지상근무 요원들에게 물어봤지만 하나같이 “우리는 그런 거 몰라요.”라며 지나쳐버렸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바삐 지나가고 있는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 하나를 불러 세웠다.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이 공항에 의무실이 있는지요? 이 아이가 고열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어 의료요원이 있다면 만나게 해 주실 수 있을는지 요.”라며 매달리듯 도움을 청했었다. 그녀는 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집어보더니 “Oh, poor little boy.” 라며 “공항 내에 의무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잠깐만 기다려주면 안내소에 가서 알아봐 주겠다.”며 잰 걸음으로 자기가 걸어오던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돌아온 그녀는 “공항에는 의무실이 없지만 원한다면 병원을 소개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우선 입국수속부터 해야 한다.”며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입국자들을 앞질러 입국 심사대로 갔다. 이민국 직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더니 여권을 달라고 하며 즉시 입국처리를 해주었다. 세관 검사대에서는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통과를 시켜 주었다. 당시 입국심사 대와 세관 검사대에는 수없이 많은 입국자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관 검사대에서는 다른 모든 입국자들의 가방을 열어 제치고 물건 하나하나를 들추며 검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입국자들에 비해 가장 빠른 시간에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를 끝낸 셈이었다. 엄격한 이민법과 막강하다는 출입국관리 규정이 있다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법규나 절차 또는 방법이나 순서보다는 어린아이 하나의 건강과 인격을 우선으로 하고 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녀의 도움은 이것으로 끝을 내지 않았다. 원래 일정으로는 서너 시간 후에 바로 내쉬빌 행 아메리칸 에어라인으로 갈아타야 할 입장이었다. 그녀는 “화씨 104 도가 넘는 어린아이를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밤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호놀룰루에서 하루 밤을 자고 그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가라는 것이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에는 그 다음날의 비행기 예약을 확인해 주었고 K 항공 측에는 내쉬빌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해주기로 돼있는 사람에게 전보로 변경된 도착 일정을 알려달라는 부탁까지 해주었다. 우리가 머물러야 할 집의 주소는 가지고 있었지만 전화번호는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보를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K 항공사 직원은 그녀에게 그렇게 해 주겠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녀는 호놀룰루에 있는 아동병원 응급실에 예약을 해 주었다. 공항에서 멀지도 않고 다음날 아침 공항까지 무료로 태워다 줄 수 있는 모텔예약은 물론 택시까지 불러주었다. 바가지요금을 청구할지도 모른다며 지불해야 할 목적지까지의 정확한 금액까지 확인해 주었다. 병원에서 준 약과 어름 찜질, 먹기만 하면 토하는 완이를 위해 물이나 세븐업 같은 물 종류만 마시게 했다. 밤새껏 쏟은 아내의 정성 때문이었는지 다음날 아침에는 열도 내리고 숨소리도 한결 맑아 졌다. 배가 고파 하는 걸 보면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아직 정상적인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 호텔의 프런트데스크에 전화를 하여 우유 한 통 부탁했었다. 호텔에서는 서브는 하지 않고 매점에서 돈을 주고 사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때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