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97

철 새 아, 저 소리,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미루나무 사잇길을 거닐 때 들려오던 소리다. 끼약, 끼약. 하늘을 바라다보니 남녘 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캐나디안 기스(Canadian Geese)들의 무리가 보인다. 기러기 종류의 새라고 하는데 멀지도 높지도 않은 하늘을 날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양쪽 뺨의 하얀 색깔이며 머리 부분의 검은 색은 물론 오렌지색 두 발을 연회색의 배 뒤쪽으로 오그려 붙인 모습까지도 바라다볼 수 있을 만큼 뚜렷하다. 아홉 마리의 새가 V 자로 편대를 이룬 것처럼 날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 볼 수 있었던 같은 부류의 새인 기러기들은 그때도 저런 모습으로 줄을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남녘 하늘로. 신기하기도 하다. 아홉 마리의 새가 내는 소리가 단 혼자서 내는 소리처럼 들리고 있으니. 끼약 끼약 하는 소리와 소리의 간격 즉 박자의 장단도 일정하다. 마치「끼약」하며 한 음절을 소리친 다음 하나 둘 셋 넷의 장단을 맞추기 위한 공백을 둔 다음 또다시「끼약」하는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여러 마리의 새들이 각각 다른 입을 통하여 나오는 소리가 마치 한 입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다. 다르다면 혼자서 내는 소리보다 확성기를 통하여 나오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느 유명한 코러스라 한들 이렇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소리뿐만이 아니라 새와 새들 간의 간격이 자로 잰 듯 일정하다. 날갯짓도 마찬가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V 자형 편대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조금의 흩어짐도 없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왔을까. 기러기 종류의 새도 다른 철새들처럼 번식을 하거나 월동을 하는데 적합한 곳을 찾아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산다고 한다. 충분한 먹이가 있어야 하고 월동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어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침해가 없는 곳으로 찾아 나서는 길이리라. 그들은 철이 바뀔 때마다 아주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이런 먼 여행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그들의 유일한 비행수단인 날개의 힘을 고르게 유지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개를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마치 육상경기에서 백 미터 단거리와 중장거리를 달릴 때 달리는 속도를 다르게 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가 최대의 몸짓으로 최고 속도를 내기 위해 분별없이 있는 힘을 다 하여 날갯짓을 한다면 그만큼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질 것이고 더 빨리 지치게 되기 때문이리라. V 자 형으로 날아가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니 놀랍고 감탄스럽기도 하다. 그들을 단순한 미물로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V 자의 맨 앞에 날아가는 새에 의해서 공기 중에 양력(揚力)이 생긴다고 한다. 즉 날개에 의해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작용하여 자기의 몸체를 공중에서 지탱하게 하는 힘이 생기고 그 힘으로 몸체가 위로 뜰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뒤따라 날아가는 새는 그 양력 때문에 좀 더 쉽게 뜰 수 있고 그 뒤를 따르는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양력도 받지 못하는 맨 앞의 새는 뒤따르는 새들보다 무척 힘이 들고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러기들은 도중에 서로 앞과 뒤의 자리를 바꿔가며 날아간다는 것이다. 선두다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의 안배를 위한 과학적인 머리까지 가지고 있는 그들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서로 도우며 공생하고 있는 자연의 법칙과 질서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그들로부터 적지 않은 일깨움을 얻을 것 같기도 하다. 그들도 삶을 살아가면서 책임과 의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권리라는 것을 가지고 자기주장이라는 것을 하고 있을까. 책임과 의무라면 새끼들을 보호하고 부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사리지 않는 것 정도로나 생각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도 책임 같은 것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나 전가를 시키기 위해 머리를 굴릴 줄도 알고 있을까. 결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사람들만큼은 치사하게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은 누구에게서 이러한 삶의 방식 같은 것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을까. “집은 비바람을 막는 것으로 족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면하는 것으로 족하며 옷은 추위를 막는 것으로 족하다”며 지나친 욕심으로 결국은 이 모두를 잃게 된다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들이 우러러 보이기도 한다. 명문화되거나 잘 잘못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