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95

찹 쌀 떡 “메밀묵 사리어, 찹쌀 떠억~. 약식 약밥~” 녀석, 잘도 질러댄다. 천연덕스럽기도 하다. 그것도 많은 연습과 현장경험이 있어야만 저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나 보다. 목을 가다듬고 배와 목에 힘을 주어 소리를 질러보려 해도 목까지 올라올 듯 하다 말고 목구멍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버린다. 침이 마르고 목구멍은 간질거려 마른 헛기침만 자꾸 나온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녀석이 가르쳐준 대로 연습할 때는 그런대로 구성진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백열 개가 담긴 한판 모두를 팔고 백 개 분만 입금하고 나머지 열 개 분의 금액은 내 몫이 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날 받아온 물건은 그날 모두 팔아야만 한다는 조건도 따라야 했다. 잘못하면 판매액에 대한 몫을 챙기기는커녕 벌과금조로 생돈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받아온 수량은 모두 팔 그러나 첫날의 첫걸음부터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찹쌀 떠억~”이라고 소리를 질러대야 할 상황에서 고작 ‘내일도 또 나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때였나 보다. “야 임마,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며 역정을 내고 있는 녀석. 그도 그럴 것이 자기는 혼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니는데 나는 그저 헛기침만 하며 그의 뒤만 따르고 있었으니. 그가 “메밀묵 사려, 찹쌀 떠억~”하고 소리치면 나는 “약식 약바압~” 하고 뒤따라 장단을 맞춰야 하는데 도저히 그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고작 모깃소리처럼 “약식 약바압~”하면 “야 이 X 끼야, 좀 큰소리로 해. 바로 옆에 있는 나도 들을 수가 없다”며 목청을 높인다. “야, 안 나오는 걸 어떡하니. 그런데 약식과 약밥은 뭐가 다르냐. 똑같은 것 같은데 왜 약식과 약밥을 나눠서 불러야 하냐.”고 물으면 “야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냐? 팔기만 하면 그뿐이지. 나도 몰라.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거지 뭐. 아마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 일 거야.”라며 다시 “메밀묵 사리어”를 외쳐대기 시작한다. 이런 일을 하자면 연습과 경험 말고도 어느 정도의 뻔뻔스러움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초에는 물건을 받아 나오면서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다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거기에서 구역을 나누어 각자가 별도로 다니기로 했었다. 두 명이 같은 장소에서 다니게 되면 두 사람이 한 사람의 몫밖에 팔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이것도 하나의 업무분담이고 마케팅 전략 이었다고나 할까. 오늘은 첫날이니까 함께 다니지만 내일 밤부터는 서로 갈라져서 다니기로 했다. 이를 테면 그날은 첫날 이니까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셈이었다. 다행히 그날 받아온 물량은 모두 팔았다. 그러나 그날의 실적은 내 몫까지 합한 녀석 혼자서 거둔 결과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내일부터는 각자의 길로 갈라서야 하는데 과연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주인아저씨는 첫날부터 좋은 성적을 올렸다며 좋아했다. 실은 친구 녀석이 모두 해준 셈이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받아간 물량을 모두 소진시켰다는 데에만 만족해하며 “오늘은 한판씩 더 가져가지” 라고 권하기도 했다. 받아간 분량을 모두 팔지 못하더라도 남은 것은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며 부추 키기도 했다. 욕심이 생겼다.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며 걱정을 하던 내가 한판을 더 받으려는 것이었다. “찹쌀 떠억~”하고 소리 한번 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업 확장(?)의 욕심을 내고 있는 꼴이었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하루에 두 판씩만 팔 수 있다면 학교의 납입금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이 녀석 부모님한테 받은 돈을 못된 곳에 써버렸지?”라며 납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손바닥을 자 막대기로 때리며 부모님으로부터 사유서와 지불각서를 받아오라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해 보는 거다.’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비록 목청이 터지지 않아 친구 녀석으로부터 역정을 듣기는 했지만 약간은 자신이 생기기도 했다. 찹쌀떡 한두 판을 팔아보겠다며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마케팅’이라든지 ‘판매전략’ 운운을 한다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지역적으로 한번 덤벼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물건을 대주는 집은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변두리 동네에 있었다. 거기에서 시내를 거쳐 태장이라는 곳까지의 편도 거리가 십 리길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까지는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경쟁이 없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그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