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89

약속 장소에는 정해진 시간보다 약 십여 분 전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그 장소 안으로 돌아가 테이블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녀가 와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밖에 나와 남아있는 십여 분 동안은 입구의 드나드는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서서 그녀가 오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아 기다려도 되겠지만 앉아있는 동안 종업원들이 다가와 주문을 재촉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관념과 약속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었다.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정확한 약속시간이 되면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재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한 번 실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메모판이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 앉지도 않고 벽에 붙어있는 메모판에 미리 준비해간 메모지를 꽂아놓고 집으로 돌아갔던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이성과의 데이트를 이런 식으로 끝내야 하는 아쉬움. 밤잠을 설치며 기다려온 그 날을 이런 식으로 스스로 망가트려야 하는 마음은 오죽했으랴. 그러나 이것이 그녀와의 마지막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