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82

바람을 타라 이곳에서 이름만 대면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사람이다. 비즈니스에 성공하여 지역사회나 단체들을 위해 큰일도 많이 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 서부의 명문 사립대학에 선뜻 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나는 그분과 직접 만나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없다. 가끔 그분이 행한 일들에 대하여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들어본 것이 고작이다. 내게는 개인적으로나 업무관계로 이십여 년 간 가까이 지내온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비즈니스의 성공에 대한 그분의 비결이랄까 좌우명 같은 것을 외우다시피 할 만큼 선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친구가 그 비결이나 좌우명에 대하여 그분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인지 아니면 남의 입을 통하여 들은 내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바람을 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친구도 그 말을 자기 자신의 좌우명으로도 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하려면 바람을 잘 타야 한다.” 바람, 그 바람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주변에 크던 작던 양심적이고 진실하며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열과 성을 다하면서도 크게 성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바람을 제대로 타지 못해서 였을까. 이것이 그분의 말처럼 바람 한번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럴 때면 나 자신의 쭈그러진 모습을 되돌아보게도 된다. 딴에는 40 년 가까이 소위 말하는 ‘한 우물’만 파온 나다. 그러나 처음 시작 할 때나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동안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수년 동안을 걷는 둥 마는 둥 제자리걸음만을 되풀이 해 온 것 같다. 이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바람 한번 타보지도 못하며 쭉정이 인생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있다. 법이나 규정에 별다른 하자가 없는데도 당국자들이 틀기 시작하면 감당할 방법이 없게 되는 일이 적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법이나 규정에 얽매이게 되더라도 소위 말하는 바람이라는 걸 타서 뒷거래의 지름길이 트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일 것 같다. 사실 직장생활을 할 때나 자기 사업을 할 때도 법이나 규정이라는 이름아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의 올가미에 얽매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수도 없이 많았다. 법에도 가끔은 예외규정이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일반 소시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될 만한 규정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현행의 법이나 규정에 의한다 하더라도 이렇다 할 하자가 없는데도 서류상에 글자의 자구(字句) 하나만 가지고도 막무가내로 뒤틀기 시작하면 헤쳐 나갈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었다. 정당성이나 예외규정 같은 것을 들고 나와 납득을 시키려 들거나 따지려 들다가는 오히려 공직자들의 눈에 미운 털이 박히게 되기 십상이다. 일을 원만하게 진행시키려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열쇠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좋은 게 좋은 것’, 이런 애매모호한 말은 일반 시민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또 하나의 장벽이기도 했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이나 규정이라는 철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즉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장벽에 맞서서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맞장구 열쇠로 굳게 닫힌 문을 열어 보자는 이야기가 되겠다. 다시 말해서 통하지도 않을 ‘정의’라는 견고한 열쇠가 아니라 책상 밑으로 전해지는 보드라운 열쇠, 즉 해당 건(件) 수나 크기에 따라 적절한 두께의 봉투 같은 것으로 열어 보자는 것이다. 이런 것은 송사리들이 가끔 사용하던 방법이었다고 한다면 그럼 대어들이 사용하는 열쇠는 어느 정도였을까. '정경 유착'이라는 것도 아마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 바람을 타서 대기업의 문어발 식 확장이나 중소기업 잡아먹기 작전에 편승해 보는 것도 하루아침에 팔자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은 자물통과 열쇠구멍의 크기가 전보다 훨씬 커졌나 보다. 웬만한 봉투거래는 옛날의 송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