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67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시작한 직장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세일즈 부서에서 일을 할 때의 일이다. 아침마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부서별 미팅에서 지점장의 지시사항 중에 한 가지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크던 작던 간에 많은 업소에서 좀도둑(Shoplifter)으로 인하여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5 년도였지만 그 회사에는 감시카메라(CCTV Camera)가 설치 돼 있어서 스테이션에서 매장의 구석구석까지 감시를 할 수 있는 보안장치가 돼 있었다. 간혹 손님 중에 물건을 감추어 나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 저가이고 아주 사소한 경우에는 감시요원이 조용히 불러 물건을 회수 받고 타일러 보내기도 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범인을 가드사무실에 머물게 한 후 경찰에 연락을 하기도 한다. 내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일부 물건은 사면서도 또 다른 물건을 주머니나 가방 속에 슬쩍 넣어 나가려는 경우이다. 가급적이면 손님에게 이 사실에 대하여 직접 이야기를 하지 말고 계산을 할 때 그 손님이 감추어 넣은 물건의 금액까지 포함하여 계산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감시사무실(Security Office)에서는 계산대(Cashier)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여 주머니나 가방에 집어넣은 물건의 이름과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계산대에서는 세금을 포함한 그 물건의 값까지 계산하여 합해진 금액을 제시하게 된다. 태연한 척 기다리던 손님이 그 계산서를 받아보고 이의를 제기하면 “당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이 업소 소유의 모든 물건과 이 가격표를 상세히 비교해 보십시오.”라면 눈치를 알아차린 고객은 “오케이, 땡큐”라며 전액을 지불하며 “쏘리” 라는 말을 남기고 허겁지겁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본 일도 있다. 나는 지점장에게 “왜 구태여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처리를 하느냐”고 물었다. 이웃주민들끼리는 대개가 안면이 있고 서로 알고 지낼만한 이곳 컬럼비아 같은 작은 도시에서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면 그 사람의 체면이 깎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피해서 우리 백화점에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게 되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에게 망신을 줄 것까지야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우리를 또다시 찾아올 고객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고객관리나 상업적 수완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었겠지만 좀도둑에게마저도 인격은 존중하고 있다는 이 사람들의 여유로운 마음의 자세였다. 미국의 모든 업소가 이 같은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이 극소의 예 하나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또 다른 면을 생각해보게 된다. 여차하면 “이 도둑 X 의 X 끼”라며 멱살잡이를 하거나 심지어 소다수 한 깡통 때문에 총까지 쏘아대는 우리의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다보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믿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사람이 또 다른 사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격을 중히 여기며 이를 우선으로 삼고 있는 사회. 법규나 질서. 이런 것에서도 인명과 인격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사고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고속 도로상에서 자동차끼리의 충돌사고로 자동차가 뒤집혀 있는 경우를 보게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자동차 안에 갇혀있는 승객을 구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서슴없이 뛰어드는 미국인들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속도를 늦추며 바라다보면서 그대로 지나치고 마는 나 자신을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인업소에서 강절도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피해자의 이웃이나 고객들이 업소 입구에 꽃다발을 놔두거나 촛불을 켜놓기도 하고 애도의 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도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나오 는 행동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지하철에 떨어진 시민을 구해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