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66

미국의 개인주의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해온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판단은 과연 옳았을까. ‘우리’라는 표현이 마치 나를 포함한 한국인 모두의 생각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니 우선 ‘나’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더구나 내가 뭐 미국과 미국인에 대하여 깊이 있게 연구를 해왔거나 유별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니 이제까지의 내 생각에 정확성이나 객관성이 있을 리도 없다. 단지 이곳에서 삼십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실제로 보며 겪어오면서 느껴진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흔히들 미국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만 생각해 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온 그들의 개인주의란 곧「개인이기주의」와 같은 의미로 이해를 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글이나 입과 귀를 통하여 그런 식의 말들을 통해 여겨만 오다 보니 그런 가보다 하는 생각을 해오며 사실인 것처럼 인식을 해오기도 했었다. 실은 나 자신도 그 개인주의라는 것을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혼자만의 이익이나 욕심만을 채우려 한다거나 인색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는 것 정도로 여겨오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개인주의라는 말 자체에 대하여도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을 직접 대해보면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해오던 그런 의미의 개인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게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그럴 것이라는 것은 아니고 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칭찬만 받을 만 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의 진면목을 알지도 못하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 자신만의 잣대로만 판단해 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을 마치 이기주의자처럼 몰아붙여 왔던 우리는 그들에게서 본받아야 할 만한 좋은 점들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그들의 개인주의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남에게 누를 끼치려 들지 않는다. 남으로부터 존중 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을 존중할 줄도 안다.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려거나 탓하려 들지도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의도적으로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배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 같다는 것을 실감할 수도 있다. 그들은 솔직하다. 막무가내 식으로 억지를 쓰거나 내숭이라는 것을 떨지도 않는다. 자랑을 하는 것에도 머뭇거림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자랑이란 자기 과시를 위한 부풀린 자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사람들도 공짜는 좋아한다. 무슨 회사의 홍보용 무료 샘플을 나누어 주는 행사가 있을 때는 수십 미터나 되는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가솔린의 일 갤런 당 가격이 길 건너에 있는 주유소보다도 단 일 센트의 차이만 있어도 싼 집 쪽으로 몰리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미국 X 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경우도 자주 대하게 된다. 그러나 나라고 해서, 한국인이라고 해서 과연 공짜라는 것을 싫어하며 값의 높낮이에 상관을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볼 때 마음속으로는 간절하면서도 아무런 실속도 없는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겉으로는 선뜻 나서지도 못하며 멈칫거려야 할 때가 많은 우리의 모습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