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62

담 배 연 기 / 간접흡연 얼마 전 미국 뉴욕의 업 스테이트에 거주하는 죠니타 다마테오라는 여인은 열세 살 난 아들 니콜라스가 낸 소송에서 패소되었다. '담배 연기 가득한 엄마의 집은 싫다'며 낸 소송이었다. 그녀는 집안은 물론 자동차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아들을 만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가 났었다. 비흡연자에게 있어서 그 담배연기로 인하여 겪어야 하는 고통을 견딘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 고통,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 한 모금의 담배 연기가 나 같은 비흡연자에게 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모를 것이다. 오죽하면 열 세 살짜리 아들이 ‘담배는 내 생활의 일부’라며 담배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다는 어머니를 상대로 고소까지 해야만 했을까. 나는 지금 서너 달째 심한 기침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담배연기로 인하여 시작된 기침으로 칠팔 개월 이상을 고생해 오다가 가까스로 멈추어 졌던 기침을 다시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담배 연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의 컨벤션에 참가했다가 한국에서 온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그들이 내뿜어 대는 담배연기를 마셔야만 했다. 간접흡연이었다. 사람들과 만날 때 누가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 드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누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바짝 긴장이 되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호흡 조절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고통이 시작된다. 평소 두 세 번씩의 호흡을 하는 시간에 그 횟수를 한번 정도로 줄이기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않게 코와 입의 방향은 다른 각도로 돌리거나 막기도 하는데 이것도 고역이다. 그렇지만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좁은 틈새를 파고드는 연기는 여지없이 나의 호흡기관에까지 이르게 되어 목을 긁적거리고 한번 시작된 기침은 그칠 줄을 모른다. 애연가들은 어디에서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손이 주머니 쪽으로 간다. 담배를 꺼내기 위해서다. 나는 집안의 거실이나 자동차의 앞과 뒤 그리고 옆자리에까지 금연표시 스티커를 붙여 놓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를 상관하지 않고 서슴없이 담배를 빼어 문다. 평소에 나와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나 비즈니스 관계로 자주 만나는 거래처 사람들은 내가 담배 연기에 아주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담배연기를 쏘이면 기침이 시작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들은 “박 선생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데......”라고 말은 하면서도 담배를 뽑아 물때는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자리를 뛰쳐나오고 싶기도 하다. 년 전 앨러지 전문의로부터 스무 가지가 넘는 앨러지 테스트를 받아 봤으나 아무런 앨러지 증상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가 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게 고작 이었다. 그런 정도의 진단이라면 의사가 아닌 나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실소를 하던 일이 생각난다. 간접흡연으로 시작되는 기침을 할 때마다 지금은 시카고로 자리를 옮긴 피터 스트랜드 씨가 생각난다. 거래처의 세일즈 디렉터인 그가 내 사무실에 와서 상담을 하던 중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며 나에게 담배를 피우겠느냐며 권하는 것이었다. 미국 사람들로부터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는 자주 있었으나 담배를 권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하자 꺼내 들고 있던 담배 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나는 “왜 피우지 않느냐”고 물으니 “괜찮다며 이따 나가면서 피워도 된다는 것이었다. 속으로는 잘 됐다 싶으면서도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당신은 피워도 된다”고 말하자 “당신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담배나 담배 연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담배 연기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원치 않으며 잠시 후 나가면서 피우면 된다”며 상담이 끝날 때까지 끝내 피우지 않는 것이었다. 애연가로서 간접흡연으로 인하여 겪어야 하는 그 고통을 상대방에게 주지 않으려는 그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다. 우리와 가깝게 지내고 있는 T 씨라는 분은 소위 말하는 골초중의 골초다. 허물없이 지내고 있는 사이 이면서도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있다. 담배 때문이다. 그들로부터 초대를 받게 될 때도 다른 일이 있다는 구실을 내세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