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51

보니 새끼 도브가 둥지에서 떨어져 잔디밭에서 팔딱거리고 있었다. 아직 벌거숭이이지만 날개 끝 부분에는 푸릇푸릇 깃털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들어 올려 사다리를 놓고 둥지에 올려 놔줬다. 무사하게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궁금하고 걱정도 되어 다음날 이른 아침 그 자리에 가보니 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숨도 쉬지 않는다. 몸은 싸늘해 져있었다. 죽은 것이다. 녀석은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내 녀석이 이런 일로 울긴......” 하며 “잘 묻어 주렴” 하며 달래던 일이 있었다. 나 자신도 죽은 도브의 새끼가 불쌍했고 작으나마 하나의 생명이 이런 식으로 마감된다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었다. 녀석은 조그만 캔디상자에 약병에서 꺼낸 솜을 판판하게 깔고 그 위에 죽어있는 새를 눕혔다. 기르고 있던 패라킷에게 주는 새 모이 한줌도 넣어 주었다. 햇볕이 잘 들고 있는 유도화 나무 밑에 묻었다. 그리고 나무젓가락 두 개를 가로질러 묶어 십자가를 만들어 그 무덤 앞에 세우던 일이 생각난다. 처음엔 깃털도 완전히 나지 않은 벌거숭이가 징그럽다고 손도 대지 않으려던 녀석이 그 새의 주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미물이지만 그 새가 가지고 있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녀석이 가여우면서도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기억이다. 나잇살이나 들고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운동선수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심심풀이였든 자기의 투구 실력을 과시하려 했든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말로는 주위의 팀 동료들이 부추기기도 했다는 말도 있지만 믿어지지가 않는다. 설령 부추기는 일이 있었다 한들 그렇게 열심히 던지고 또 던지는 일을 반복하면서 까지 끝장을 보고 싶었을까. 해서는 안 될 일임을 알면서도 주위에서 누가 부추긴다고 범법행위를 저지를 수가 있단 말인가. 법을 준수하기에 앞서 미물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생명을 그렇게 심심풀이 식으로 대할 수가 있었을까. 까짓 새 한 마리 죽게 한 걸 가지고 어지간히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 없이 저지른 한 사람의 작은 실수가 이렇게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생각에 잠겨본다. 작은 일 하나에 책임을 지거나 처리를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큰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리를 해 낼 수 있을까. 내가 류제국 이었다면 사죄하는 마음으로 동물원 같은데 가서 자원봉사 일이라도 하고 싶다. 동물들을 보살펴 주며 거짓 없이 살고 있는 이들 동물들을 통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수 있는 얼마의 시간을 가져 보고도 싶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