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50

왜 미국의 스포츠계와 언론에 한 사람의 한국계 야구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시카고 컵스의 류제국이다. 보도 내용은 그의 기량이나 활약상 또는 그가 향후 메이저 리거로서의 가능성이나 전망에 대하여 소개를 하는 내용이 아니라 아주 부끄럽고 안타까운 내용들이다. 언론으로부터는 물론 동물 애호가들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로부터도 심한 질타를 받고 있다. 사과의 말 한마디 없는 그에게 퍼붓는 화살은 더더욱 빗발을 치고 있기도 하다.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이렇게나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줄은 본인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플로리다의 데이토나 비치에 있는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 구장인 재키 로빈슨 볼 팍의 철탑에는 물 수리(Osprey)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 한 쌍의 물 수리는 이 지역의 명물이 되었고 지역 주민들은 수컷은 아지(Ozzy), 암컷은 해리엇(harriet)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기도 하며 사랑을 쏟고 있었다. 류제국은 이 물 수리를 야구공으로 때려 중상을 입혔던 것이다. 이를 살리기 위해 수의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치료를 해왔지만 끝내 죽게 되었다. 이 새는 희귀 조이며 보호 조이기도 하다. 그의 감독은 이 장면을 보고 류제국에게 고함을 지르며 힐책을 했고 마이너 리그에서도 한 단계 더 아래 등급으로 강등을 시키기도 했다. 주 검찰은 류제국을 동물학대죄로 기소를 했고 이 사건은 중범에 해당되는 유죄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류제국은 도대체 왜 그 새에게 공을 던지고 싶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몇 년 전 역시 메이저리그의 외야수였던 뉴욕 양키즈의 거포 데이브 윈필드 (Dave Winfield)가 본 경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던 중 그가 던진 공이 구장 하늘을 저공으로 날고 있는 갈매기를 맞춰 죽게 된 일이 떠오른다. 전혀 고의성이 없는 사고였다. 그러나 그는 일천 달러의 벌금을 지불해야 했다. 내가 말리브 비치 북쪽에 자리한 리오 카리오 비치 (Rio Carillo State Beach)에 캠핑을 갔을 때의 일이다. 한 백인 캠핌객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때마침 길을 가로지르고 있던 뱀이 자전거 바퀴에 치어 죽게 되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이때도 고의성이 없는 사고였다. 그때 그 캠핑객은 스스로 레인저 사무실에 가서 보고를 했고 레인저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이 캠핑 객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모른다. 전혀 고의성이 없는 조그만 사고에 대하여서도 크던 작던 사고의 당사자는 책임을 지려하고 있는 미국에서 류제국은 고의적으로, 그것도 수 차례의 시도 끝에 명중을 시키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는 투수로서 자기의 투구 솜씨를 자랑하고 싶었을까. 명중을 시켰을 때 어떤 쾌감이나 승리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하여도 궁금하다. 어렸을 적 한국에 있을 때 길바닥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참새를 보면 어떤 이유나 목적도 없이 돌팔매질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입가에 노란 색을 띠고 있는 새끼 참새들이 날개 짓을 하며 어미를 쫓아다니며 짹짹거리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새끼들, 어미는 또 새끼들 각자에게 골고루 나누어 먹여주는 모습에서 무언가를 발견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우리 인간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에 정과 사랑이 오가는 모습과 비유를 해 보기도 한다. 이런 미물들에게 돌팔매질을 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먹지 못할 호박에 말뚝을 박는 식의 심보에서였을까. 삼 십여 년 전의 일로 생각된다. 역시 보호 조이며 천연기념물인 황새 한 쌍이 충북 진천에 있는 농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황새를 쏘아 죽게 한 일도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조로서 보호대상이 되는 새였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이 달래지지가 않는다. 몸에 좋다는 개인의 하찮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런 엄청난 일을 서슴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큰아이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의 일이다. 뒷마당의 과일 나무에 둥지를 튼 도브 새에 관한 이야기다. 도브는 야생 비둘기 과에 속해있는 새다. 가는 나무 가지와 마른 풀잎을 물고 드나들며 둥지를 트는가 했더니 한 마리의 새끼 도브가 태어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뒷마당에서 놀고 있던 녀석이 자지러지는 듯 한 소리에 뛰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