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4

금메달이 뭐 길래 세계의 이목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2004 년 하계 올림픽에 집중되고 있었다. 나라별로 벌어지고 있는 메달 경쟁도 치열했다. 기록 경쟁에서는 시간이나 점수의 계산에서 단 1 초나 1 점이 아니라 소수점 몇째 자리 수치 하나의 차이로도 메달의 색깔이 뒤바꿔 지거나 메달 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근자에 들어 비치발리볼(Beach Volleyball)의 인기가 높아져 가더니 올림픽의 정규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도 종종 TV 를 통하여 보여주는 이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즐겨오고 있었다. 남자 경기도 그렇지만 여자 경기도 즐겨보고 있다. 바닷가의 모래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경기는 과거의 9 인 제나 현재의 6 인제 배구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명으로 구성된 팀끼리의 경기에서 잘 조화된 팀워크로 보여주는 고도의 기술과 작전도 그렇지만 그들의 박진감 있고 격동적인 몸놀림, 비키니 차림에 햇볕에 그을어 갈색으로 탄 몸을 사리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 또한 볼만하다. 여자 발리볼의 옷차림이 너무나 섹시하다는 논평 자들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요즘은 누드사진 몇 컷씩 찍은 화보를 내놓고 몇 억, 몇 십억씩의 돈으로 환산하는 한국에서의 상업주의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관전자의 입장에서 자기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는 팀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한다. 실수에 대하여는 혀를 차며 아쉬워하기도 하니 마치 나 자신이 지금 선수로 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아무리 중요하고 긴급을 요하는 일이 생겨도 자리를 뜨고 싶지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 동안 잡다한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데도 한 몫을 해 주고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경기도중 그들의 몸놀림이나 득 실점 하나하나를 놓고 환호도하고 탄식도 하는 뒤에는 남모를 또 다른 고통과 아픔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무언가 숙연해 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거듭되는 연습과 훈련을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올림픽이라는 제전에서 최대한으로 발휘를 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기 원한다는 것은 모든 올림피안 들의 염원이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의 홀리 맥픽(Holly McPeak)과 일레인 영스(Elaine Youngs) 팀과 호주의 나탈리 쿡(Natalie Cook)과 니콜 샌더슨(Nicole Sanderson) 팀 간에 여자 비치발리볼의 준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하여 강한 스파이크를 내뿜는 모습이나 사리지 않고 몸을 내던지며 수비 자세를 취하는 모습, 보기에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경기 내내 얼굴을 찌푸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중계 아나운서의 멘트가 없어도 호주 팀의 한 선수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주 팀의 나탈리 쿡 선수였다. 한쪽 어깨에 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