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24

부엌에 혼자 서서 밥을 먹고 있는 남자 이게 산다는 걸까. 먹기 위해서 사는 건지 살기 위하여 먹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무엇을 먹고 있다기보다는 목구멍에다가 무엇을 정신 없이 우겨 넣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목이 맺힌다. 찬밥 한 술에 물 한 모금씩을 마시고 있으려니 갑자기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평소 식사를 하면서 물을 별로 마시지 않던 내가 밥 한술에 물 한 모금씩을 번갈아 가며 마셔야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서둘러 우겨 넣었나 보다. 상담 약속이 있어 서둘러 집을 나가기에 앞서 한 술이라도 뜨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만날 약속을 점심시간에 맞추어 식당 같은 데서 만나기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만나기로 돼있는 시간이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세시였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만나자는 연락이 아침 열 시도 한참 지난 뒤에야 왔으니 상담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시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아침부터 이제까지 식사를 할 틈이 없었다. 두 끼를 건너뛴 채 그대로 나간다면 오늘은 하루 온종일 굶게 되는 셈이 된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아직 허기 같은 것도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나갔다가는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느긋하게 앉아서 먹을 시간도 없어 선채로 급하게 먹자니 목이 맺힐 수밖에. 앞에 거울이라도 있었다면 비치고 있는 지금의 내 꼴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일은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그날그날 무엇을 하기 위한 계획이 정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는 경우에도 나의 일상은 항상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 한 끼의 식사를 때우기 위해 혼자서 격식을 갖추어 상을 차려놓고 혼자 앉아서 먹고 있는 모습도 볼 상 사납기는 마찬가지였을 게다. 어쩌면 지금의 이런 모습이 나에게 더 어울리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한 상을 걸쭉하게 차려놓고 앉아서 혼자서만 먹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 같기도 하고. 학창시절 자취를 하면서 지낼 때도 서서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날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 때문에 이런 궁상을 떨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그렇지만 아내가 근무를 하지 않고 집에 머물게 되는 날과 내가 재택(在宅)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시내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이런 생활을 되풀이해오고 있다. 부엌에 서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지켜오고 있는 것이 아마 십여 년은 족히 될 것 같다. 한참 퍼먹고 있다가도 문득 ‘내가 지금 어떤 꼴을 하고 있나’를 생각해 보면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암, 먹어야지,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지’라며 피식 웃기도 한다. 가끔 친구나 이웃이 점심식사나 같이 하자는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하다. 더러는 내가 그들을 불러내어 식당에 함께 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가 있어 좋기도 하지만 우선 부엌에서 혼자 서서 먹고 있는 궁상을 떨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