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139

열쇠 목걸이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게 하지는 않을 거야” 잘 먹이고 잘 입히거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할지라도 아이들을 빈 집안에 홀로 놔두지는 않겠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이 정도의 책임감도 없다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다른 무엇이 또 있겠느냐는 주장이기도 했다. 이민가정의 자녀들은 목에 열쇠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학과가 끝나면 저희들끼리 집에 돌아와 집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이 있는 곳도 있지만 시간제한 없이 무작정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과 후 길어야 두세 시간쯤 더 머물 수 있는 정도였다. 하루 열다섯 시간 넘게 일을 하는 부모들의 귀가는 저녁 늦은 시간이 된다. 밤 열 시가 넘거나 자정 무렵이 돼야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가 않았다. 아내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다. 병원 근무는 아침 일곱 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하는 낮 근무(Day Shift)와 오후 세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하는 오후 근무(Evening Shift) 그리고 밤 열한 시부터 다음날 아침 일곱 시까지 근무하는 밤 번(Night Shift)등 삼 교대제로 나누어진다. 학령 기의 두 아이가 있는 우리 집안에서도 아이들의 학교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나가고 있던 직장의 근무시간은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로 정해져 있기는 했지만 이 근무 시간이 시계의 바늘처럼 정확하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출근시 간은 정확하게 지켜지지만 퇴근시간은 그렇지가 못하다. 일곱 시 여덟 시가 넘어도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때는 아홉 시가 넘도록 사무실을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출근시간에 대하여는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단 몇 분만 늦어져도 고용주의 눈치를 살펴야 하지만 오후 여섯 시가 됐다고 하여 바로 퇴근을 할 수도 없는 것이 당시 일부 한국계 회사 사무실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야 할 시간은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세시가 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저학년일 때는 더 일찍 끝나기도 한다. 내가 회사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아홉 시이 아침 일곱 시경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면 아이들을 등교 시키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는 오후 세시부터가 문제였다. 아내가 낮 근무를 하게 되면 세시에 퇴근을 한다 해도 거리관계로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은 네 시 반이 넘는다. 불과 한 시간 반 정도의 간격이 얼핏 긴 시간 같이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려면 단 몇 분 몇 초 사이에도 얼마든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일정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져가야 할 입장이니 어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겠는가. 오후 근무를 하게 되면 아내가 두 시경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의 약 너 댓 시간 동안은 집에 아이들만 있게 될 형편이었다. 미성년자 특히 어린아이들을 집에 혼자 둔다는 것이 법에 저촉이 되기도 하는 이곳이기도 하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호차원에서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집에 어린아이들만 두고 있다가 화재가 나서 사망을 한다거나 강도가 들어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입게 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다행히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그 시간에 그 빈 집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냥 지나치고 말일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에게 권할만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기도 하고 무료함을 달래지 못해 생각지도 않은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나이가 좀 들어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흡연과 음주는 몰론 마리화나나 마약 같은 데에도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건전치 못한 이성간의 교제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딸아이가 외출을 할 때 피임을 위한 약이나 도구를 들려 보낸다는 학부모의 눈물 어린 하소연이 보도된 적도 있었다. 아내는 자청하여 근무시간을 밤 열한 시부터 다음날 아침 일곱 시까지 하는 밤 번으로 바꾸기로 했다.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이 정도의 어려움쯤은 감수하겠다는 각오였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