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136

아내가 업무를 마친 후 임원회의를 하면서 먹고 왔다며 크게 맘먹고 마련한 저녁상을 마다 할 때는 서운하기도 하다. 약간은 속이 상해지기도 하고. 이런 걸 보면 나는 완전히 <안사람, 안주인의 모양새>로 굳혀져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뒤늦게 얼큰해진 얼굴로 들어와 식지 않도록 놋 주발에 담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둔 밥이나 윗목에 차려둔 저녁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잠자리로 드시는 아버님을 서운한 눈빛으로 바라다만 보시던 어머니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내가 돌아올 무렵이 되면 자꾸 벽시계 쪽으로 시선이 가고 냉장고도 여닫으며 무엇으로 저녁 식단을 마련해 볼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일과 중의 한 부분이 돼버렸다. 약간은 마음이 설레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철저하게 <안사람>의 모습으로 굳혀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열어 놓고 창문을 통하여 드라이브 웨이 쪽을 힐끔거리는 버릇이 생기기도 했다. 아내가 현관문을 들어서며 “아, 이 맛있는 냄새. 냄새를 맡으니 더 배가 고파진다. 빨리 먹자”라며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다보고 서있는 나의 마음은 기뻐지기도 한다. 삼십여 년 동안 풀 타임으로 직장근무를 해온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이 조그만 분담이 아내가, 아니 우리 집 바깥양반이 집에 돌아와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쌓인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