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101

한국인이세요? / Are you a Chinese?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Are you Chinese?”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마 우리를 중국인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대하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럴 때 나의 대답은 “No”라는 한마디뿐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설명 같은 것을 하고 싶지도 않아 강하고 퉁명스럽게 내뱉듯 대답을 했다. “그럼 Japan ese”냐 고 되물어 오면 더 강한 톤으로 “No”를 내뱉었다. 마음속으로는 이제 “그럼 Korean”이냐고 물어 올 법도 하다는 기대감에 그 다음의 질문을 기다려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런 질문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럼 어디서 왔느냐?”라는 질문이 고작 일 때 적지 않은 실망감이 생기기도 했었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 1975 년도였으니까 지금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그때와는 달라져 있겠지만 그때 입게 된 마음의 상처는 아직까지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럼 이들의 눈에 비치고 있는 한국인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위상에 대한 등급은 어느 정도로 매기고 있을까. 한국에 대하여 뭐라도 아는 척하며 한마디씩 한다는 것이 기껏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먹이거나 자기네가 한국전에 참전하여 도움을 준 나라의 사람들이랍시고 우쭐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게 고작이었다. 1960 년대에 한국에 파병되었던 GI 출신의 일부 미국인들은 고작 동두천이나 문산 또는 의정부나 용산 주변의 기지촌에 관한 이야기들을 떠벌리기도 한다. 하우스 보이나 기지촌 여인들로부터 배워온 쌍소리 몇 마디씩을 뇌까리며 이것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지식의 전부 이기나 한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이들에게 비춰진 한국의 진면목이나 되는 것 같은 태도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더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의 국가형태나 체제에 대한 이들의 이해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이제까지 배워왔고 생각해 온대로라면 세계의 국가형태나 체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양대 불럭으로만 나눠져 있다고만 여겨왔었다. 우리나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민주주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나라의 범주에 속해 있다고만 생각해 왔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웃에 사는 어느 중학교 학생의 이야기였다.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국가 체제 외에도 독재주의 국가로도 구분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이 독재주의 국가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고 배웠다는 것이었다. 부끄러움의 한계를 넘어 어떤 울분 같은 것까지 느껴지기도 했던 던 일이다. 일부 미국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개인적 사고와 식견 또는 자세에 불과했겠지만 무언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인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위상은 동양권에서 1 위도 아니고 2 위도 3 위도 아닌 등외의 위치로 자리 매김이 돼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 그냥 씁쓸할 뿐이었다. 어느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을 해서도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어쨌든 미국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고 귀를 열게 해 주었으며 생각의 범위를 넓혀준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낯선 이방인인 우리들이 그들의 눈에 쉽게 띄었기 때문이었던지 이곳 도착 후 몇 주가 지나 이곳의 DAILY NEWS 신문의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사진과 함께 취재를 해간 후 추수감사절 아침 신문의 일면에 우리 가족사진과 함께 “한국인 가족 콜롬비아에 정착” 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일이 있었다. 그 뒤 거리에서 마주치는 주민들은 “네가 추수감사절 조간지에 소개된 한국에서 온 미스터 박 이냐며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자잘한 질문과 함께 몇 마디씩의 이야기를 건네오며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에서 온” 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약간의 부담감과 함께 신경이 곤두세워지며 긴장이 되기까지도 했었다. 내가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쩌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시각으로 보이는 나 한 사람의 모습이 마치 맹인의 손끝에서 감각되는 코끼리 몸체의 일부분이 코끼리 몸 전체의 모습으로 판단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는지도 모른다. 나 한 사람에 대한 이들의 느낌은 한국과 한국인 모두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