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71

산골 두메에서 온 아이 강원도 산골 두메에서 온 내 짝 아이가 그러는데요 거기엔 많고 많은 산들이 있대요 그러면서도 흔하디흔한 여느 산들과는 달리 높고 깊으며 짓 푸르기가 여간이 아니래요 산이 많으니까 물도 많대요 여느 내에서 흐르는 물과는 다르게 수정처럼 투명하고 어름처럼 시리며 암반 사이로 샘솟는 물은 쉼 없이 나온대요 하늘도 서울의 하늘보다도 높고 푸르며 바람은 공기 청정기보다도 시원하고 상쾌하대요 냇가의 자갈과 모래는 갓 걸레질한 대청마루보다도 깨끗하대요 그리고 또 그 아이가 그러는데요 그곳 사람들 말이예요 순하디 순하기가 양과 같으며 착하고 착하기가 천사 같대요 연하디 연하기가 봄날의 새싹 같대요 그러면서도 힘 있고 강직하며 의지도 굳대요 거짓을 말하지 않고 욕심도 없대요 그런데 말이예요 요새는 큰 도시에서 온 부자 사람들 하구요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한통속 되어 마구잡이로 파헤쳐 대고 있대요 나무들은 뿌리 채 뽑히고 들꽃들은 짓밟히며 강물은 흙탕물 구정물이 되어 가고 있대요 카지노나 골프장에 스키장을 만든 다나요 다람쥐 산토끼 딱따구리는 어데 가서 살고 송사리 버들붕어 모래무지는 어디서 헤엄칠지 모른 대요 애들은 또 어디 가서 미역을 감을지 모를 거래요 즈네 엄마 올해부턴 머루주 다래주도 담글 수가 없을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