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62

존재의 이유 흙먼지 이는 벌판에 돋아있는 작은 풀들 무슨 바램으로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을까 땟국 물에 절어있는 세상의 한 모퉁이에서 어쩌자고 찌든 공기, 오염된 물을 마시며 할딱거리고 있는 걸까 가쁜 숨을 모아보려도 찾을 것 같지가 않은 의미(意味) 그것도 생명이랍시고 놓치지 않으려는 안간힘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는 볼품없는 본능 까닭도 모른 채 피어있는 길섶의 작은 꽃들에게마저도 대하기가 부끄러워진다 좁다란 어깨는 더 더욱 움츠려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