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가도
그렇게나 평화롭고 아름답던 경춘가도
넘실대며 흐르는 맑고 푸른 물
강가엔 들꽃의 잔치
물 건너 남이 섬 수풀도 푸르렀지
지금은 보이는 게 러브호텔 해물탕 집에 옛 자장 집
초가지붕 박 넝쿨은 간 곳이 없네
바위 아래 솟는 물에 수박덩이 담가 놓고
갓 따온 풋고추와 오이, 고추장 찍어
날된장에 꽁보리밥 상추쌈 싸먹던
가평군 대성리 간 곳이 없네
수수밭 감자밭 옥수수 밭엔
콘크리트 바닥 깔아 자동차로 빈 틈 없고
허수아비 원두막은 보이질 않네
그것도 물이라고 흐르고는 있지만
두껍게 빛바랜 회색의 물결
저 물 속 깊은 곳 그 아래쪽엔
아직도 모래무지 쏘가리
헤엄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