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58

경춘가도 그렇게나 평화롭고 아름답던 경춘가도 넘실대며 흐르는 맑고 푸른 물 강가엔 들꽃의 잔치 물 건너 남이 섬 수풀도 푸르렀지 지금은 보이는 게 러브호텔 해물탕 집에 옛 자장 집 초가지붕 박 넝쿨은 간 곳이 없네 바위 아래 솟는 물에 수박덩이 담가 놓고 갓 따온 풋고추와 오이, 고추장 찍어 날된장에 꽁보리밥 상추쌈 싸먹던 가평군 대성리 간 곳이 없네 수수밭 감자밭 옥수수 밭엔 콘크리트 바닥 깔아 자동차로 빈 틈 없고 허수아비 원두막은 보이질 않네 그것도 물이라고 흐르고는 있지만 두껍게 빛바랜 회색의 물결 저 물 속 깊은 곳 그 아래쪽엔 아직도 모래무지 쏘가리 헤엄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