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36

소멸의 아픔 먼발치에서라도 너의 모습을 바라다볼라치면 무언가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너를 바라다 볼 때마다 때로는 치미는 울분을 때로는 북받치는 슬픔을 감당치 못해 가슴 저리는 했었다. 더러는 날들이었다. 했었다. 숨기고 아픔을 새겨야만 했던 기억들을 싶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반복해야만 돌리려 했던 더러는 다가서는 네 모습의 언저리를 피해 달아나고 싶기도 너 떠나버린 그 빈자리가 왜 이리도. 널따랗게 보이고 있는 걸까. 대신으로 채워 넣은 수많은 물질들 수많은 사연들로 채워진 그 자리가 왜 이리도 허전할까. 너의 겉모습만 감추고 나면 쌓여있던 울분이, 북받치던 슬픔이, 감추고 싶던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어리석음. 이제 나는 무엇으로 너를 증거 할까. 곁눈질로라도 너를 바라다보며 울분 하던, 슬퍼하던, 부끄러워하던 기억들마저 사라져버려 아무런 떠오름도 없는 지금 나는 또 다른 가슴앓이로 통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