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10

낙엽을 태우며 갈잎 모아 불태우며 짙푸르던 지난여름 돌아본다 더러는 묻어 버리고 더러는 날려 보내고 지워버리고 싶은 흔적들 타고 있는 잎 속에 묻어본다 몸부림치다 오그라드는 잎새들 사이에 섞여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날아가 버렸으면 좋으련만 남아있는 회색빛 잿더미만 흉물스럽다 아프고 쓰린 흔적들만 잿더미 위에 진하게 남겨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