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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정보

난임 부부가 된다는 것

Dr . 윤지성

결혼을 하고 원하는 시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부모가

될 수 있다는 ' 사실 ' 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가까운 주위에서 너무나 자 주 목격해온 ' 자연스러운 '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
맘먹고 임신 시도를 시작한 한두 달은 인터넷을 뒤져 임신한 선배들의 노하우도 섭렵하고 배란일을 알려준다는 앱을 다 운 받아가며 의욕적이고 활기찬 임신 준비에 돌입합니다 . 생 리 예정일을 앞두고는 설렘 속에 짜릿한 긴장의 시간을 보내 지만 , 막상 시작된 생리에 실망 반 , 안심 반의 묘한 기분에 사 로잡히게 됩니다 . 예비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두 려운 생각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몇 개월의 반복된 임신 실패를 겪으면서 실망 반 , 걱 정 반의 부정적인 기분이 지배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 하 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본인이 진짜로 난임 혹은 불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다지 고려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 정 확한 날짜를 기막히게 예측했는데 남편의 출장으로 최적의 타이밍을 놓쳤거나 , 배란기 후 월말의 무리한 야근이 이어지 면서 중요한 착상 시기에 그만 몸 컨디션이 받쳐주지 못한 나름의 명백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 난임은 그다지 드문 현상은 아닙니다 . 모 든 부부의 15 ~ 20 % 정도가 경험하는 매우 흔한 문제입니다 . 과거 교과서에서는 난임의 빈도를 10 % 정도로 기록하고 있 지만 최근 발표된 여러 자료는 일관되게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난임이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 여성 나이 증가에 따른 가임력의 감소는 그 상관관계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
2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 결혼 이
후에도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
3 과거에 비해 식이습관과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여성의 경 우 배란 장애 , 남성의 경우 정자 이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 습니다 .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 WHO ) 는 2010년 정액검사의 정상 범위를 수 , 운동성 , 모양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이전보 다 훨씬 낮게 수정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
난임은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했음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 이러한 난임의 사 전적인 정의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 ' 라는 표현입니다 . 난임은 구체적인 질병의 이름이 아니라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임신이 늦어지고 있는 상태 , 즉 단지 증상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점입니다 .
실제 주위에서 " ㅇㅇ 는 결혼 3년째인데 애가 없다는데 …." 혹은 " ㅇㅇ 가 불임이라더라 ." 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의식적 으로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와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 니다 . 적어도 본인이 난임이라는 증상의 당사자가 되기 이전 에는 말이지요 .
여기에서 표현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 난임 ( infertility )' 과 더불어 매우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 불임 ( sterility )' 의 차이 를 구별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불임 ( 不姙 ) 은 한자 표 현 그대로 임신을 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 이와 달리 난임 ( 難姙 ) 은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 , 즉 임신을 할 수 있지만 쉽게 되지 않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
난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일입니다 . 부정적인 의미가 강 한 불임이라는 말 대신 언젠가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 망의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표현으로서 난임 여성들의 인터 넷 커뮤니티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결국 공식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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