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SUMMER | Page 51

반면 일제의 탄압에 못 이겨 러시아 사할린 지방으로 이주했 던 고려인들 ···. 그들은 이후 스탈린의 배척으로 짐짝처럼 기 차에 실려 멀고 먼 중앙아시아로 이송되었습니다 . 그 후 , 지 금까지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 고려인들이 나라를 떠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그리며 살 아왔고 , 최근에는 한국인으로 귀화를 목적으로 한국으로 이 주해 오는 고려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그래서 한국에서도 그들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 니다 . 고려인들은 한국이 그들의 “ 역사적 조국 ” 이라는 사실 을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 남한과 북한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고려인 3 , 4세들은 스스로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 한 여정의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하며 우리 민족에 대한 남다 른 마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 각주 : 성기영 ( 통일부 통일정 책협력관 ), 2017.06.13 ; 서울신문 ” 중앙아시아 고려인과 한 반도 평화통일 ”>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요 ?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00년이 넘었습니다 .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한 93명이 1903년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온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 그 이후로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우리 말을 잘 지키며 살아왔을까요 ?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미국에 사는 한국 아이들을 보고 고개 를 갸우뚱거립니다 . 한국 아이들끼리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 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심지어 아이는 부 모에게 영어로 말하고 부모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저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이런 광경을 보고 신 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미국 에 온 지 1년만 지나도 영어만 쓰려 하는 것에 대해 “ 왜 그 럴까 ?” 하는 의구심이 한동안 머릿속 한켠을 맴돌았습니다 .
아시다시피 그렇게 영어만 쓰다 보면 점점 한국어가 잊혀가 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 마련입니다 . 한국어를 잊는다 는 것은 정체성 상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 다시 말해서 자 신이 누구인지 , 자신이 속한 뿌리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한인 사회에서 속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되고 , 고국을 방문해 도 자신을 낯설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한국 특유의 따뜻한 정 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
제가 한국에서 살 때 , 미국 보스턴에서 살던 사촌 동생이 거 의 10년 만에 혼자 한국에 와서 할머니와 친척들을 만나는 행복한 상봉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 미국에서 온 사촌 동생 은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를 껴안고 “ Oh , grandma ! I missed you so much !” 라며 영어로 이야기했지요 . 그런데 저희 할 머니는 당황하신 듯 한동안 사촌 동생을 빤히 쳐다보시다가 “ 니가 누꼬 ( 너는 누구니 )?” 라고 하셔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 던 기억이 납니다 .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런 웃기고도 슬픈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지요 .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움으로 인해서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속에 녹아든 한국의 많은 부분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 특히 , 각 나라의 ‘ 속담 ’ 이나 ‘ 격언 ’ 을 보면 그 나라의 정서나 인식 , 문화 , 사고방식 등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언 어는 정서적인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 언어가 통할 때 언 어 이상의 친밀감과 동질성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
3 . 한국인 후세대를 위한 앞선 세대의 역할
대부분의 한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노 력합니다 . 그런데 자녀가 잘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게도 포 기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 어떻게 보면 본인이 원하든 원하 지 않든 ,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 이곳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 아가고 있는 어린 친구들은 자신의 상황도 파악되지 않은 상 태이기에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심정 , 십분 이해가 됩니다 . 먼 미래를 바라볼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갈등하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요 .
먼저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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