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Spring | Page 26

나눔의 이야기
에 대해 알기를 원했다 . 그래서 나는 당시 한국에서 인기 있 었던 “ 선덕 여왕 ” 이라는 사극 드라마를 통해 그들에게 다가 가고자 했다 . 그 드라마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 줄거리와 더 불어 그 시대의 옷차림 , 역사 , 당시의 제도와 정치 , 옛 말투까 지도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배울 거리가 충분했다 . 먼저 첫 시간에 전체적인 한국 역사와 시대의 흐름에 대해 간 략하게 설명하고 , 둘째 시간에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삼국 시대와 선덕여왕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설명을 해 주고는 드 라마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고 했다 . 그런데 , 그 드라 마에서는 너무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 생각보다 쉽 지 않았다 . 각 신분별로 쓰는 말투가 다르고 , 궁에서 쓰는 어 려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 했으며 , ‘ 골품제도 ’ 나 ‘ 화백회의 ’ 등 의 용어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는 점들이 그들에게 조 금 벅차게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 . 그래서 이야기 줄거리를 위 주로 진도를 나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수업 계획을 수정했다 . 각각의 용어가 아닌 전체 흐름을 이해했는지 학생들의 입을 통해 들어 보았다 . 다행히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 .
한글 자체를 배우는 반이 아닌 문화를 배우는 반에서는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용어나 제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 니라 , 한국의 시대적 분위기와 역사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 도록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 다 . 그러자 학생들도 점점 내용 전개에 빨려 들어가게 되었 고 , 나중에는 뒷내용이 궁금해서 기다리기 힘들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도 들었다 . 그들의 대부분이 미국의 평범한 대학 생들과 직장인들이었지만 ,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한국 드라마
수업을 통해서 자신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분명히 더 많이 알아가고 , 이해하게 되고 ,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 바로 이것이 한국을 알 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조금 뿌 듯해지는 시간이었다 .
트라이앵글 한글학교에 있을 때 , 재외동포 재단에서 “ 재외 한 국어 교원 양성과정 ” 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었 다 . 강의를 듣는 내내 ‘ 왜 진작 이런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과정을 이수하고 나니 눈이 뜨였다 .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사람에게는 정말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 그리고 이것으로 는 부족하니 더 많이 배워서 양질의 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어 그 즉시 ‘ 한국어 교사 2급 자격증 ’ 을 따기 위한 공 부에 돌입했고 , 실습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지만 무 사히 자격증을 취득했다 .
4 . 캄보디아 라이프 대학교로
트라이앵글 한글학교에서 그렇게 교사로 지내다가 나는 또 다른 나라 , 캄보디아에 선교사로 가게 되었다 . 그리고 , 캄보 디아의 남단의 항구도시 , 시하누크빌에 위치한 4년제 종합 대학인 라이프대학교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 었다 .
첫 수업은 “ 한국 역사 · 문화 ” 였는데 , 수업 전날까지 준비에 준
비를 거듭하였고 들뜬 마음에 잠도 못 이루었다 .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교육시설이 미약해서 교실에 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 스크린도 없고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등 매우 열 악하다 . 그래서 첫 날에는 한국을 소개할 대표적인 것들 을 노트북에 담아 들고 갔다 . 세종대왕 , 애국가 , 태극기 등 을 소개하려고 잔뜩 준비해 갔는데 , 너무나 실망스런 일 이 발생하고 말았다 . 교실에는 단 한 명의 학생만 덩그라 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 첫날이라 그렇겠거니 하고 열심히 수업을 했지만 , 두 번째 수업에도 단 한 명의 학생만 출석 했고 , 세 번째 수업이 되자 두 명의 학생들이 더 왔다 . 그 동안 왜 안 왔느냐고 물었다 . 그런데 , 그 학생들은 너무나 태연히 “ 바쁘면 못나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라는 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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