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Fall | Page 4

가을을 열며 가을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 문서 선교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이 오면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가 늘 떠오릅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끝이 보이고 한발짝 한발짝 가을 향 기를 품고 다가오는 풍요의 계절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 부푼 가슴은 나도 몰래 맑고 푸르른 하늘로 살포시 머리를 들게 하 네요. 한여름의 구슬땀을 녹여주며 잠시나마 시원한 쉼을 주었던 싱그런 나무 그늘들이 서서히 울긋불긋 세상을 찬란하게 물들이고, 풍성한 열매들이 가을 땡볕에 주렁주렁 매달려 농부의 손길을 기다릴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창조주의 섭리와 사 랑에 감사의 제사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인생 나그네 길에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는 지팡이와 ‘인내’라는 신발과 ‘노력’이 라는 보따리라는데,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위해 참고 인내하며, 무엇을 위해 노력이란 희생의 값을 치르고 살아가 고 있을까요? 비록 현실이 암울하고, 지쳐 낙심되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지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시선을 높이 두고, 땅에 붙어사는 벌레의 삶이 아닌 저높은 곳을 향한 삶, 그리고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보며 서로 를 보듬고 살아갈 때, 우리는 어느덧 소망의 항구에 닻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그 길에 만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그 만남의 축복 속에 우리 인생 여정을 앞서 인도하시는 우리 삶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고 함께 가기를 원합니다. 자신을 불태우며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떨어져 죽은 뒤에 도 한 모퉁이에서 거름이 되어 값진 향기의 유산을 남기듯 우리의 인생도 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며, 가을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가을에는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더욱 기도하게 하소서... 4 순례자 의 샘터 2017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