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6 Fall/Winter | Page 18

수필 및 간증 더디 부르는 사부곡(思父曲) 가버나움 3 이인순 감치 묫자리도 사두시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지금 무슨 일 을 하신건가? ‘혹시라도 지난날들 때문에 엄마나 가족에게든 죄책감에… 속죄하는 마음에서 그러세요? 그럼 차라리 교회 에 나가서 용서를 구하세요. 제발….’ 알아듣지 못하실 것을 알기에 소리없는 아우성은 내 가슴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멍 자국을 남긴다. 발걸음은 외래 병동을 나와 알렌관을 헤매다 학생회관의 북 적거림에 잠시 서성이다 박물관에 멈췄다.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본다. 창살 사이로 보이는 낡은 목조 건물의 모습과 그 “내 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알 뒤 양옆으로 늘어선 대학 건물들, 종합병원의 위상을 드러내 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이 그대로 있고 듯 우뚝 우뚝 서있는 병원 건물들이 보인다. 광혜원이다. 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요12:24-25 낡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밀알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 »» 밀알과의 만남 르지 못하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심으셨습니다. 그 넓고 넓 ‘왜? 무슨 마음으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왜?”라는 질문에 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 대답을 얻기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은 그저 정처없이 이곳 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 것도 저곳 걷다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잠시 서서 생각이 멈추기를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 기다렸다가 또 다시 생각이 떠오르면 이곳 저곳으로 발길을 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있는 조선 사람 뿐입니다. 옮기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아버지! 시체 기증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하셨어요?’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사람들의 속셈이 보이지 화가 치밀어 윽박 지르듯 소리치지만 소리는 새어나오지 않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는다. 아니 오빠는 도대체… 치매 노인이 뭔 정신이 있다고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동의서에 싸인 해준 이유가 뭐야?’ 버럭 소리치며 발을 굴러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지만 고독한 외침은 눈물로 녹아 흘러내린다. 이건 내가 상 보이지 않습니다. ……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 상하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돌아 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이곳이 가시면 고향땅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같은 고향 사람들과 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언젠가 막힌담이 거두어지는 날을 소망하며 누워 계시는 것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아멘” 이 우리가 함께 써놓은 시나리오 아니었던가? 그래서 일찌 18 순례자의 샘터 2016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