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Issue 11: If/만약 | Page 45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소리가 새어나가지않도 록 귓불옆에 손바닥을 세우고 아주 조용하게 귓속말로 말 했다 .
“ 쟤한테 냄새나는거 같아 ” 그 뒤로 그 아이는 그냥 냄새나 는 아이가 되었고 우린 그냥이라는 말을 그제서야 알게되 었다 .
그리고 또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번에는 더 은밀하게 두 손으로 귀를 감싼뒤 절대 소리가 새어나가지않도록 작게 말하였다 .
“ 그거 알아 ? 쟤 머리에 이 있는거 그리고 쟤네 아빠 맨날 술먹고 쟤 때린다더라 불쌍하지 ?” 무엇이 불쌍하다고 생각 했던걸까 .
그 아이의 머리에 이가 있는 것 ? 아버지한테 맞는다는 것 ? 아니다 . 40 명이 채 안되는 아이들에게 냄새나고 머리에 이 가 있고 손찌검을 하는 아빠를 둔 사람으로밖에 보일 수 없 다는 것 .
이것이 그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었 다 .
우리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자 라고 도덕시간에 배우고 제일 가까이있는 불쌍한 사람을 더욱 더 처절하게 불쌍토 록 만들었던 것 이다 . 언제는 무작위로 작은 종이에 번호를 써서 같은 번호를 뽑는 사람끼리 짝꿍이되는 형식에 자리 뽑기를 하였다 .
그리고 그 날 그 불쌍한 여자아이 때문에 어떤 남자아이가 서럽게 울었다 . 그 반에 있던 아이들은 우는 남자아이 곁으 로 몰려들었고 그 여자아이는 연신 눈치만보며 바닥만을 쳐다봤다 . 그 여자아이가 바라볼 하늘은 결코없었다 .
그리고 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억 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 “ 내가 왜 쟤랑 짝꿍인데 !” 남이 받 아야할 벌을 자기가 받게되었다는 태도로 소리치고 화를내 며 울었다 . 그리고 우리는 그 남자아이를 동정하고 여자아이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봤다 . 여자아이의 고개는 더 내려갈 뿐이었다 . 익은 벼는 겸손한 자를 닮지않는다 . 바라볼 하늘이 없는 불 쌍한 자만이 익은 벼의 모습을 띈다 . 그리고 그때 담임선생님이 화가 난 표정을 얼굴에 잔뜩 머 금은 채 들어왔고 그 여자아이를 뺀 반 아이들은 긴장하고 겁먹었다 . 우리가 한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모순을 담고있 는지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지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어른들의 눈을 속이고 그 게임을 시작한 순간 그 여 자아이는 진짜 가난한사람이 되었다 . 하지만 어찌 어른을 속이랴 . 담임선생님은 우리가 아까 그 여자아이를 노려봤 던 경멸의 시선으로 우리를 대하며 비겁한 우리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
그리고 낡은 나무바닥이 뚫어져라 쳐다보던 익은 벼의 행 색을 한 여자아이의 손목을 잡고 우리 앞에 세웠다 . 선생님 은 그 여자아이를 익은 벼의 모습이아닌 꼿꼿이 선 대나무 의 모습을 닮게 그 여자아이의 어깨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 “ 얘가 대체 무슨 잘못을했는데 ? 그리고 너희들은 어디가 그렇게 잘나서 밥 먹을때마다 얘를 혼자두게 만들고 짝 바 꿀때마다 눈치보게 만드는데 ? 너희 다 부끄러운줄 알아 . 그 리고 너도 잘못있어 누가 눈치보면서 땅만 보래 ? 너 잘못 한거 하나도없어 고개숙이지마 .” 그 아이는 꼿꼿이 선 상태 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우린 고개 숙여 낡은 나무바닥밖에 볼 수 없었다 .
그리고 울고있던 남자아이는 조심스럽게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 우리 모두 티를 내진않았지만 놀랐다 . 미안하는 말을 건냈다는 사실에 놀 란게 아니다 . 그 여자아이의 까맣고 아토피 때문에 튼 손을 만졌다는 것 .
우리는 그 전까지만 해도 그 여자아이와 닿는 것을 전염병 처럼 여겼다 . 그래서 그 여자아이와 실수로라도 살갗이 스 친 아이는 짜증을 냈고 우린 킥킥대며 그 아이를 놀려댔다 . 눈치게임 다음으로 잔인한 전염병게임 이었다 .
우린 그 여자아이를 진짜 가난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모 자라서 진짜 병든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이다 . 우리는 그 남 자아이가 내민 손에 놀란 다음 그 여자아이가 옆에 있는 담 임선생님이라는 방어막을 갖고 과연 어떻게 그 남자아이 의 사과를 뿌리칠 것인지 궁금했다 . 그리고 꼿꼿이 선 대나 무같은 행색의 아이가 자신의 부끄러움이 만천하에 알려져 고개를 쳐 박아 익은 벼의 행색을 하고있던 아이의 손을 잡 고 웃으며 말했다 . “ 괜찮아 ..” 라고 .
그때 난 처음으로 그 여자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았다 . 그 여 자아이는 웃으면서 또 울기도 하였다 . 그리고 그 때 내 머리 를 스쳐가는 생각 하나 ‘ 난 왜 저 여자아이가 처음부터 웃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겼을까 ?’
그냥 이라는 단어또한 그렇다 . 우린 원래부터 다 알고있었 다 . 하지만 우린 알고있음에도 가난한 이를 마음까지 더 가 난하게 만들었다 . 같은 메이커의 가방을 메고 같은 게임기 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암묵적인 눈치게임이였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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