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Issue 11: If/만약 | Page 44

작고 귀여운 여자 아이

박진리
초등학교 5 학년때 매일 밤 학교가기 전 날 하던 고민은 내일은 무슨 옷을 입고 가지 ? 라는 고민이였다 . 어떤 옷을 입어야 친구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을까 ? 어떤 가방을 메야 창피당하지않을까 ?
그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가난이 어린아이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학교 안 ‘ 반 ’ 이라는 단체무리에 제일 빨리 도태 되어가는 기준이였다 . 그래서 난 오래되고 짜리몽땅한 5 층짜리 아파트인 우리집이 미웠다 .
그냥 미웠다고 말하기 뭐할정도로 좀 많이 미웠다 . 다른 친구들의 아파트들은 꼭대기층도 높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하늘 과도 맞닿을 것 같은 모습이였기에 난 학교에서 더 철저히 가난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처럼 입고 메고 신었다 .
그리고 생각했다 . ‘ 절대로 쟤처럼은 안돼야지 ’ 여기서 내가 생각한 ‘ 쟤 ’ 라는 아이는 그냥 몸집이 남들보다 작은 단발머리에 여자아이였다 . 그런데 그때는 왜 그냥이라는 말을 몰랐을까 . 우리 모두가 그냥 이라는 한 단어를 습득하지 못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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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그냥 작고 어린 여자 아이 였을뿐인데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