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Issue 11: If/만약 | Page 39

이 시 윤
그녀는 틀림없이 내가 처음이 아닐 거야 . 수도 없이 갈아치웠을 텐데 , 또 나조차도 몇 달 가지 않아 버려질 게 불을 보듯 뻔했지만 그냐는 분명히 가지고 싶은 여자였다 . 나를 통째로 내어주고 싶은 여자 . 그녀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첫 만남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 “ 네 . 검지를 입에 살짝 물고는 고민하던 표정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 .” 내 몸을 처음 주었을 때에 그녀는 손에 익은 체위로 나를 가지고 쓸어내렸다 .
처음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던 기억이고 그건 내 존재조차 잊었을지 모를 지금도 달라 질 것은 없다 .
“ 전보다 예뻐졌을까 ? 난 그 애 얼굴을 본 지가 오래 되서 솔직히 좀 가물가물해 .”
사실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여자다 . 평범한 외모에 형편없이 상하고 뻗친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였지만 날 만지고 , 내 곁에 서 얼굴을 매만질 때만큼은 생기 넘치는 풋풋한 소녀가 되곤 했다 . 가끔 나와 엉겨 붙고 나선 내팽개치듯 버리고 나갈 때 도 있었지만 얼마 안 가서는 울상이 되어 스스로 뉘우치고 나를 보듬었어 .
“ 그 앤 여전하구나 ? 덜렁거리고 서툴고 . 걔랑 할 땐 어땠어 . 많이 늘었으려나 .” “ 날 보듬는 손길은 .” 날 보듬은 손길에 그만 흘러내릴 것처럼 노곤해졌다 . 숨이 붙어있는 한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 “ 우린 꽤 괜찮았어요 .”
나는 거칠고 빳빳한 그녀를 능숙하게 만졌다 . 장소 같은 건 중요치 않았고 매순간 그녀를 만족시켜주는 일에 최선을 다했 다 . 그 결과야 이미 벌어졌듯 이리 처참하게 떨궈진 것이라고 해도 결코 그녀의 소유가 된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
내가 한창 사랑받을 때에 그녀는 한결같지만 매일 다른 매력으로 내게 왔다 . 젖은 몸으로 희고 얇은 슬립을 입은 날은 차 분하고 느리게 만지며 그녀를 재워야했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날에는 갖은 정성을 쏟으며 그녀를 가꾸었다 .
결국 그녀의 , 그녀라는 여자의 아름다움에 일조한 것이다 . “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 당신은 그녀의 어린 시절을 봤죠 ? 얘기해줘요 . 그녀의 모든 걸 듣고 싶어 .” “ 그 애는 참 귀여웠어 . 아마 지금의 그녀에게도 예전 모습이 남아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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