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Issue 11: If/만약 | Page 14

차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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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수많은 날 중의 하나였다 . 고종은 , 재위 이후로 조선의 근대화에 힘써 어느 새 조선을 근대 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하였다 . 그리고 그는 수 년 전 , 안정을 찾 은 조선을 보며 ‘ 대한제국 ’ 을 선포하였다 . 하지만 순종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 입헌 군주제로 바꾸길 희망하여 고종과의 마찰이 종종 오갔지만 아직까진 평화로운 분 위기를 띠고 있었다 . 정욱은 당시 갓 스무살이 된 장정이었다 . 그에게는 여학교를 다니고 있는 여동생이 있었고 , 농사를 지으며 사는 부모님 또한 있었다 . 그는 평범한 , 면직 공장에 다니는 신입 근로자였을 뿐이다 . 그래도 다들 그의 성실함을 좋게 봐 주었는지 , 그는 공장 내에서 좋은 평판에 힘입어 눈에 띠게 성장을 거듭하곤 하였다 . 그 날은 유독 더운 날이었다 . 그는 공장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 1945 년 8 월 6 일 . ‘ 아침부터 찌는 듯이 덥군 …’ 그는 땀을 닦으며 자신의 미싱기를 만지작 거렸다 . 미싱기에 묻은 손때는 그의 성 실함을 증명해주는 듯 , 반짝거리며 빛났다 . “ 어이 , 박정욱이 ! 자네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어 !” 그는 전화를 하셨다는 말에 의자에서 뛰쳐나와 선배가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갔다 .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마을 지주댁이라는 말과 함께 여동생 순이의 혼담이 오 갔다는 말이었다 . 정욱은 , 아직 열여덟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혼담이냐며 , 아직 은 이르다고 어머니를 타일렀다 . 이윽고 , 동생이 바꿔들었는지 , “ 내가 하자 그랬어 , 오빠 . 열여덟이 뭐가 일러 … 내 친구 중에 열다섯에도 가고 그 런 애 있어 . 나 내년에 학교 졸업하니까 , 일찍 말 가두는 게 낫지 싶었어 . 그리고 우 리 집 형편이나 내 성격을 봐서는 대학은 무리야 .” 아무리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정욱이라고 해도 , 여동생이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말 은 무언가 아쉬움이 들었다 . 사치는 맞았다 . 지주도 아닌 평범한 시골집에서 대학 은 무슨 , 싶다가도 그래도 미련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 “ 그래 , 알았어 , 네 알아서 해 . 뭐 갖고 싶은 건 없어 ?”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 그런 직후 , 갑작스레 공장장이 직 원들을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고 , 그는 공장 내 강당으로 향했다 .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했다 . 우리나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기 업가가 각각 한 명씩 공장에 온다는 것이었다 . 아시아 정복의 야욕을 품었지만 , 수 년 전 연합군 측에게 패배한 이후 바닥부터 시작한 일본 기업가의 방문이라 하니 몇 몇은 웃으며 비꼬기도 했다 . 그래도 우리나라와 꽤 관계가 깊고 , 어려운 관계인 미 국의 기업가가 온다고 하니 이내 현실을 직시한 듯 다들 웃음을 멈추고는 공장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에 바빴다 . 정욱이 집에 들어오니 아버지와 어머니 , 그리고 마을 청년과 그의 양친이 마당에 서 그를 반겼다 .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 이전부터 순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한 소년이었다 . 동네에서 안 보인다 싶더니 , 아니나 다를까 이전부터 비범했던 머 리로 서울로 유학을 가 있었던 것이다 . 그런 똘똘한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멍한 얼 굴로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라 . 정욱은 무심한 얼굴로 그의 인사를 받았고 , 여러 가 지 얘기가 오가는 사이에 정욱은 불편하게 앉아 이른 저녁을 먹었다 . 얼굴을 살짝 들어보니 순이의 옷은 그 청년이 마련해 준 것만 같았다 . 언제부터 둘의 사이가 저 렇게 깊었을까 , 왜 나한텐 말을 하지 않았을까 , 혼자 고민하며 정욱은 꾸역꾸역 저 녁밥을 먹었다 . 아직 조선 , 아니 대한제국은 가난하고 작은 국가였지만 , 그 악착같은 끈기를 지닌 국민성 덕분에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 매일 아침 신문에서는 대한제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