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60

인간관계? 잡히지 않는 영어 단어? 감정기복? 가까이 갈 때마다 떨렸던 그 남자 아이? 지긋지긋한 눈물의 원인은 사실 따져보면 별 것 없었다. 그저 어려서. 너무 어려서. 고작 반 년 정도의 나이를 더 먹은 나는 그렇게 치부했다. 네가 너무 어려서 그랬던 거라고.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자책감이었다. 모든 것을 떼어 버렸을 때는 이 미 지쳐있었다. 물에 젖어 너덜너덜해진 종이쪼가리 마냥, 손에 닿으면 힘없이 찢어질 것이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꼴이었다. 다시 공항에 들어서던 날. 두 달간 차곡차곡 쌓아온 다이어리를 넘겨보며 웃음이 먼저 튀어나 왔다. 허탈함, 먹먹함. 내 손으로 적어온 흔적엔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미 모두 끝나버린 상황인데도 속이 살살 아팠다. 예쁘게 포장해두고 싶었겠지만. 굳이 곱씹어 보자면 사실 이랬잖아. 그래, 썩 유쾌하지만은 않 은 이야기야. 전부 지나간 뒤에 보니 참 유치하고, 별 볼일 없고, 바보 같은 일뿐이었지만. 그 래, 비록 원인은 그랬지만. 그 때의 너는 어렸지만. 그날 느꼈던 감정은 아니었어. 그날 전등 에서 떨어지던 눈물들은, 활주로를 기어 다니던 지친 중얼거림은. 전혀 유치하지 않았고, 별 볼 일 없지 않았고, 우습지도 않았어. 그래, 그랬음에도 결국, 너는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어른이 되었으니 괜찮아졌어? 혹시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았고? 딱지 앉은 흉터는 많이 사그라졌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대답해줄 수 없다는 거 알아, 하 지만 대답해주지 않아도 알아.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힘이 많이 들 거야. 당연히 앞으로도. 네가 지금 겪고 있는 짐보다 더욱 무거운 것들이 올라앉을 거야. 가끔은 후회도 될 거고. 알고 있지. 내가 알고 있으니 네가 모를 리가 없을 거야. 쓸데없 는 말만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치만. 이것만큼은 말해두고 싶었어. 요즘의 난 아주 잘 지내. 하고 싶은 것도 차근차근 해보고, 가고 싶었던 곳에도 하나하나 들러보고. 또 오랜만에 좋아했던 남자 애랑도 만났고. 어색하고 어려 웠지만, 먼저 다가가서 인사했어. 웃으면서. 안녕, 오랜만이야.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하더라. 응, 안녕. 잘 지냈지? 그럼, 당연히 잘 지내고 있어. 조금 천천히 걸어가려 노력하고 있으니 까. 한발 한발, 지나치는 모든 것들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아마 넌 날 계속 기억하고 있었을 거야. 어쩌면 까맣게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후자라면 슬프 겠지만. 괜찮아. 지금이라도 날 기억해줬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이야. 잊지 않길 바랄게. 언제, 어디에 있건 간에 말이야. 넌 괜찮을 거야. 지금의 나를 기억하는, 어딘가의 나에게.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