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59

누군가에게 이 하경 | 수필 음, 뭐라고 시작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안녕. 요즘은 어떻게 지내? 나는 나대로 지내고 있어. 네가 가장 잘 알았겠지만. 보나마나 잊고 있었겠지. 그럴 것 같 았어. 그래도 괜찮아, 결국 그것 때문에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거니까. 여기는 봄이야. 아파트 정문에 벚꽃이 활짝 피었더라. 아직 4월 머리끄트머리인데. 변하고 있 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아마 내 생일도 그 즈음에는 완전히 여름이 되지 않을까. 사실 지금의 5월도 푹푹 찌는 날씨긴 하지만 말이야. 있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늘 생각해보곤 했어. 내 차를 끌고 밤길을 돌아다니 는 상상. 그리고 차 유리 위로 쏟아지는 밤공기. 가고 싶다던 여행은 어땠어, 가봤으려나? 가 봤다면 대답해줘. 정말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롤을 먹는지. 미안, 너무 성급했나. 내 할 말만 했네. 어차피 대답은 못해주겠지만. 궁금한 건 이렇게나 많아. 그래도 너는 좋겠다. 어른이니까. 어른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어, 아니야? 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겐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래, 네 이 야기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한. 기억하고 있어? 처음으로 혼자 공항에 들어서던 날. 하나라도 잘못될까 걱정으로 전날 밤 내내 엄해졌던 아빠 목소리는? 그럼 네가 괜찮다며 부리던 너스레도 기억하겠지. 그래, 솔직히 좀 귀찮기는 했지. 그래도 충분히 그럴만했어. 그때의 너는, 나는 어렸으니까.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던 건 단순히 멀미만은 아니었을 거야. 중앙 쪽 좌석이라 창밖을 내다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 혼자 떠나는 두 달 간의 작은 유학. 책을 들고 갔던 건 정말 실수였어. 정작 기내에선 난독증이라도 걸린 것 마냥, 글씨가 둥둥 떠다녀서 한글자도 못 읽고. 오고 가는 내내 어깨에 부담스러운 짐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땠더라. 거기 있으면서도 정말 실감 안 나던 그곳 생활은. 음. 사실 아직도 말로 다 형용하기는 어려워. 사실 굳이 표현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많았기 때문이지만. 언급하지 않아도 알거라 믿어. 괜찮아, 후회하지는 않으니까. 좋았지. 울 정도로 좋았지. 변화가 그렇게나 가슴 벅차는 일이었나.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으려니까. 눈물 날 정도로 감격스러운 하루하루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니까. 아, 이래서 사람은 경험을 많이 해봐야하는 거구나. 싶더라, 진짜. 그래, 나는 내가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