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52

나는 급히 차를 사내 주차장에 정차한 뒤 사장실로 들어갔다. 벌써부터 회사 임직원들 몇 명이 회 사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들 틈 사이로 들어가 사장에게 인사했다. 사장은 몇 번의 헛기침을 내뱉은 뒤 말을 꺼냈다. “회장님이 자리를 오래 비우실 것 같아서 걱정이야. 워낙 연세도 있으신 분이라 혈당 조절 치료 받는데 오래 걸릴 것 같고, 이를 어쩌지?” 그러자 사장을 바라보고 있던 사원들 중 한명이 말했다.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사장님이 회장님의 자리를 대신해 회사를 이끌어주셔야죠. 업무 능력도 훌륭하시고, 사장님께서는 저희들의 우상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렇지, 달콤한 설탕이 녹은 아부가 그의 입 밖에서 사장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나와 다 른 사원들은 그 말에 맞장구쳤다. 사장은 곧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회 장실 의자에 풀썩 앉아 흐뭇한 미소만 지었다. 그 와중에도 사원과 나의 아부는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회사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장의 웃음소 리로 시끄러운 가운데 나는 아버지의 당부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절대 정직하게 행동하지 말라 고, 적어도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정직함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한 아버지의 당부는 옳 았다. 멋드러진 의자에 앉아 온갖 폼은 다 잡는 권력자에게 거짓된 미소를 짓는 것이 ‘정의’로 가 고 있다는 것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뉴스에서 전해온 재벌들의 설탕중독도, 사 람들의 설탕 녹은 아부가 쌓이고 쌓여 병원으로 실려가게 한 것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