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51

김 진영 | 단편 소설 설탕 떠먹이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오늘 새벽 과도한 혈당과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이 회장은 정상인보다 약 50배가 넘는 혈당수치를 보이면서 의사들이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 력을 다한 결과, 과도한 설탕 섭취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정 은 현대아산그룹 회장, 이재오 새누리당 위원 등 사회를 이끄는 상위층 각계인사들 대부분이 이 같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그들은······” TV를 틀자마자 나온 뉴스 속보가 내 이목을 끌었다. 설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병원에 실려 갔 다니,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의자왕들께서 웬일로 쓰러지셨 대 하며 혀를 끌끌 찼다. 나는 멍하니 TV를 보던 중 문득 걱정이 생겼다. 사회지도층이 저렇게 갑작스레 문제가 생기면, 주식 주가는 하락할 것이고 곧 몇 분 안에 사장이란 놈은 내 소중한 주말을 뺏을 것이 분명했다. 나에게 전화해 비상근무령이니 지금 당장 회사로 나오라고 고래고 래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사장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자네 빨리 회사로 좀 나와, 회장님께서 병원에 급히 실려 가셨어. 설탕 중독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비상이니까 당장 출근하게.” 사장은 꽤나 다급해보였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예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사장 님,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회장님께서 아프시다는 것은 회사 전체에게 문제가 생길 것임 은 분명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차를 끌고 회사로 달렸다. 나는 'J'기업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너무나 운좋게 들어간 자리라 그 지위가 소중하다는 것 을 늘 되새기고 있지만, 사회의 현실은 나의 생각을 방해했다. 회사에 취직하기 전까지는 사회 란 아무리 더러워도 공정함과 자유로움이 존재할 줄 알았다. 물론 나의 70세 먹은 아버지는 늘 나에게 ‘사회란 의자를 꿰차고 있는 상위층에게 설탕 같은 달콤한 아첨을 하며 살아남는 것이 니, 늘 아부하고 아첨하라’고 귀가 아프게 말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 도 나는 아첨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내 성격에는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게 모르게 아버지의 뜻을 흔쾌히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회사 문을 열면 달콤한 설탕 이 녹아들어간 아부의 말이 입에서 귀로 전해졌고, 공기 중을 떠다녔다. 사원은 주임에게, 대리 는 과장에게, 과장은 차장에게, 차장은 부장에게 내뱉는 끊이지 않는 달콤한 말들은 상사가 그 리 옳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