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40

이윽고, 병을 든 남자는 서 있던 남자의 뒤통수를 그대로 내리쳤다. 병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 있던 남자는 그저 환상처럼 사라져만 갔다. “그래,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게나. 자네가 지금껏 무엇을 해왔든, 자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아직 인생이 끝난 건 아니잖나? 행운을 빌겠네.” 아니, 사실은 무슨 일이 일어났다. 창문이 깨졌고, 병이 깨져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두운 방 안, 희미한 불빛,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깨진 병을 든 채 서 있는 남자 하나. 구겨진 신문지 한 장. 남자는 다시금 주저앉았다. 돌아가기에는 지금껏 자신이 해 온 일들이 너무나도 컸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모든 사람들은 지금 전부 죽거나 다시 사회로 재개가 불가능 할 정도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옆에 구겨진 채 날리고 있는 신문이 말해주고 있었다. 남자는 피 냄새를 맡았다.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그렇게 쓰러진 남자 위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반드시 하는 착각이 하나 있거든. 만약 운이 좋다면,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에 그치겠지.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그리고 자네가 하고 싶었던 것은 말일세. 책임을 지는 것. ‘어른’이 되는 것.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는 것. 단 지 그 뿐이었다네.” 어두운 방 안, 희미한 불빛,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방 안을 가득 채운 피 냄새 와 한 남자의 사체. “자네가 어른이라고 그리 쉽게 믿지는 말게.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아.”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