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22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할래. 난 엄마처럼 승진하고 연봉 높여서 정치하는 윗대가 리들 언젠간 다 고개 조아리게 만들겠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잖아. 이익으로 돌아가는 집단에 묶여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 고 싶지 않아. 난 엄마 같은 어른이 되지는 않을래요.” “엄마가 어떤 어른인데?”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착잡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모르겠어요. 그냥 엄마가 나한테 보여준 어른은 그게 전부에요. 숨 막히는 게 전 부야. 가족한테 좋은 거 예쁜 거 주고 싶어서 일한다면서 정작 주말엔 지쳐 쓰러져 있다 가족이랑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월요일에 제일 일찍 나가는 사람이고. 모처럼 가족끼리 나가서 외식하고 영화 볼 때도 이름 모를 어떤 사람의 전화는 늘 뛰쳐나 가 혼자 받아야하는 사람이고. 진심 같지 않은 안부 인사와 축하와 위로와 애도를 하면서 그 뭔지 모를 마음을 봉투에 담아가지고 서울로 가는 사람이에요.” “그게 다야? 어른이 그게 다인 것 같아?” “잘 모르죠, 전. 근데 적어도 내가 봐온 어른의 모습은 그거였어요.” “내가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네?” “내가 얼마나 엉망으로 살았으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딸이 나를, 어른을 그렇 게 생각할까.” 엄마는 진심으로 나를 향해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보고 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예요. 그냥 말을 한 번 시작하니까 막 말이 나 왔어요. 제가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래, 엄마도 잘하기 힘들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건 지… 매뉴얼이 있으면 차라리 편했을까?” “글쎄요, 엄마는 그런 거 안 읽고 기계 막 만져서 고장 내고 그러잖아?” 꽤 오랜만에 엄마가 피식 웃었다. 눈물이 흐른 자국 위로 웃는 모습이 짠해서 나도 억지로 웃어보였다. “엄마도 어쩌다가 이렇게 쫓기는 삶을 살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을 해도 하고 나면 내가 한 게 아니라 시간이 해버린 것 같아. 그렇게 5일 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주말이 오면 하고 싶었던 일은 둘째 치고 그냥 집에서 쉬고 싶더라. 간신히 시간을 따라잡아서 주말이 왔는데 말이야. 시간에 발 맞춰서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은 그 때 뿐인데.” “그렇게 바쁘게 힘들게, 잘하려고 살면 행복해요?” “행복하기 위해서 성공을 바라고,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산다고들 하지만,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