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orean 2017 Winter-Kor | Page 21

진 검 승 부 고은혁 우리는 세상에서 매일 이기기 위해 싸우는 ‘전쟁터’에서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에 잘 들어 진급하기 위해 동료들보다 앞서야 합니다. 집에서조차 좋은 프로를 위해 리모트 콘을 먼저 손에 잡기 위해 경쟁합니다. 경쟁 속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교육의 대부분이었으며,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패자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친구나 동료, 선생님이나 상사로 부터 칭찬받기 위해 늘 경쟁의 전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주님은 세상과 다르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저희들에게 주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 매일, 매순간 져야 한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올해로 저는 페루 단기선교에 3번째 참석하게 됩니다. 두번 모두 나이가 어릴 때, 제대로 선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참여했으며,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힘들고 어렵고 지저분했던 것 뿐이기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페루 선교였습니다. 올해도 한 형제가 페루에 가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기도해 보겠다고 대답했지만, 안갈 것으로 제 마음은 이미 작정이 돼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저를 참가 신청서에 사인하도록 만드셨고, 절대로 안 가겠다고 오래 전 마음먹었던 페루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선교지에서의 처음 며칠, 저는 반복되는 똑같은 상황에 짜증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맞아, 괜히 왔잖아, 변한 것은 역시 없네....’ 폭우로 무너져 내린 피우라의 한 교회를 보수 건축하는 일은 힘들었고 벅찼으며 도저히 우리 팀이 마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거리와 숙소에는 온통 메뚜기 천지, 쓰레기 천지, 먼지 천지였습니다. ‘내가 왜 온다고 했을까? 나 정말 멍청한 거 아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변화가 찾아 들었습니다. 교회 건축공사가 눈에 띄게 진전되어 수일 내로 완공된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음에도, 그래서 다음 날은 더 새벽 일찍 일어나 공사 현장으로 달려 나와야 하는 부담감이 있음에도, 피곤함에 온 몸이 쑤시고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도, 팀원 누구 하나 입에서 불평이나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대신 웃음과 기쁨이 넘치는 가운데 그날의 수고를 함께 위로하며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단기선교팀은 각자 개인의 승리를 뒤로한 채 페루에 달려와 도움과 구제가 절실히 필요한 피우라의 수재민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이 순간 세상의 관점에서는 패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들을 섬기기 위해 각자의 우선 순위를 모두 내려놓은 시간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 아버지 우편 영광의 보좌를 내려 놓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 위해 무릎을 꿇으셨던 것처럼... 제가 깨달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나 인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승리하기 위해 패배하는 것! 내가 내려놓을 때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리는 삶! 제가 그런 삶을 살아나가길 간절히 원합니다.